나는 십수 년 간 주말에 일찍 일어났던 기억이 그리 많지 않다. 오전에 요가 수업이나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지 않은 이상 주말에는 항상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다. 더욱더 큰 문제는 일어나고 나면 끝없는 자기 환멸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게으를까? 남들 활동할 때 잠만 자니 인생에 변화가 있을리가... 한심한 놈.'
몇 시간 동안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나를 비난하다가, 이내 마음을 다잡고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 내일 일찍 일어나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날 밤도 자기 전 스마트폰을 하면서 시간을 날려먹고 새벽 1~2시에 잠들어 아침 10시 이후에 일어난다. 이 정도면 습관을 넘어 공식이다. 나를 망치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한다.
오늘 아침도 10시 4분에 일어났다. 뭐, 예전에 12시~1시에 일어났던 적도 많았는데 이 정도면 발전했다고 볼 수 있나?
아무튼 역시 기분이 좋지 않은 채로 일어나 밥을 대충 먹고 우연히 집어든 책을 읽는다.
『나의 하루는 새벽 4시 30분에 시작된다』 김유진 변호사 지음
늦잠 자고 일어나서 이 책을 본 것도 기막힌 우연이다. 사실 2년 전쯤에 유튜브에서 김유진 변호사님의 브이로그를 본 적이 있다. 오후 10시 30분 전까지 일과를 마치고 잠에 들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하루를 보내는 본인의 삶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는데, 나도 이렇게 살아보고 싶어서 도전했지만 작심삼일을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했다. 일찍 잠들어서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삶은 언제나 봐도 매력적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출근 3시간 전에 일어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항상 늦잠을 자면서도 마음속에는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듯하다. ㅎㅎ
아무튼 이 책을 읽다가 문득 자청님이 떠올랐다. 온라인 플랫폼에 올린 지능심리학 강의에서 본인은 거의 10년 동안 일어난 평균 시간대가 오전 11시~12시라고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내용이 나오는데, 지능이 높을수록 늦게 잠을 잔다는 것이다. (물론 지능심리학 관점에서 바라본 내용일 뿐, 이에 대해선 저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주행성이기 때문에 이를 역행하는 야행성 인간들은 지능이 높다는 이야기인데,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강의를 봤을 당시, 나는 잠시 위안을 얻었다. 내가 늦잠을 잔 거는 사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착각했다. 그래서 이 강의를 수강하고 나서는, 주말에 늦잠을 자도 가끔씩은 나를 학대하는 대신 나는 지능이 좋기 때문에 늦게 잔다는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했다. 자청님이 강의에서 강조하신 건 이런 자기위안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지능에 대한 정보들을 접하면서 이해를 하고, '인간은 그냥 이런 존재구나' 하며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 상황에서 난 뭘 하면, 무슨 환경을 바꾸면 좋을까? 고민하는 것이다. - 자청 -
내가 새벽까지 스마트폰을 하고 시간을 허비하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은 지능이 낮은 행위라고 생각한다. 자청님이 말하는 지능 좋은 야행성은 '생산적인 활동을 한다'라는 전제가 있을 것이다. 밤에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야행성으로 살면 되고,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해 생산적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주행성으로 살면 되는 것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을 이해하되,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삶에는 정답이 없지만, 오답은 있다.
김유진 변호사님과 자청님은 어떻게 보면 상반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고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몇 시에 자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느냐'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사람도 있고, 새벽까지 열심히 공부나 자기계발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즉, 내가 진정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위해 하루하루를 우선순위에 따라 잘 보냈느냐가 핵심이다. 우선순위 없이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게 되면 주행성이든 야행성이든 다 의미가 없다.
생산적으로 하루를 보내기 위해선, 우선순위에 따라 주어진 일과를 처리해야 한다. 나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강의 수강, 영어 공부, 스피치 공부 등 다양한 공부들을 병행하고 있는데 항상 우선순위 없이 기분 끌리는 대로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좋은 강의를 듣고 좋은 책을 읽어도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Just Do의 정신으로 자기계발을 하는 건 훌륭한 자세지만, 계획 없이 이것저것 Just Do를 해버리면 오히려 내 삶이 더 바빠진다. 그리고 데드라인이 없다 보니, '그냥 자기계발 하면 언젠가 성공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이 늘 데드라인 있는 목표를 강조하는 것이다. 막연한 꿈은 꿈에서 그쳐버릴 확률이 크다. 지난 십수년 간의 내 삶도 그러했듯이.
결론은 내가 밤늦게까지 멍청하게 스마트폰을 했던 것은, 그리고 늦게까지 잠을 자는 것은 평소 내가 하루를 보내는 방식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잠깐, 이것도 Action Faking이 아닌가? 자기계발 한다는 것 자체에 만족감을 느끼고, 나는 잘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다시 말해, 책 읽다가 갑자기 글 쓰고, 갑자기 강의를 듣고, 갑자기 운동을 하고 하는 모든 행위들은 Action Faking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행위'라는 요소는 있지만 '실질적인 결과'는 크게 가져다주지 못한다. 늦잠 자는 것도 Action Faking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방금 깨달았다. (행복)
빨간모자 쌤, 당신은 정말 최고의 선생님이에요... 영어를 넘어 인생을 관통하는 진리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마트폰을 하는 행위 자체는, 내가 우선순위에 따라 하루를 잘 보내려고 한다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내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면 멍청하게 시간을 날리는 짓은 안 할 테니까. 물론 이 글을 쓰고 나서, 우선순위에 따라 하루를 살려고 노력해도 게으른 본성이 튀어나올 때가 있을 것이다. 그 본성을 막기 위해 환경 설정이라는 장치를 반드시 마련하자. 방금 하나 만들어서 지인한테 선언해버렸다. 연말까지 3kg 못 찌우면, 비싼 식당에 데려가 밥을 사겠다고. 살을 찌우기 위해 나는 아침을 반드시 먹어야 할 것이고, 아침을 먹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만 한다. 그동안은 제대로 된 아침을 먹었던 적이 없다. 그래서 아무리 운동을 해도 살이 안 쪘던 것이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삶은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만 가져다 주었다. 나는 뭘 하면 좋을까? 환경을 어떻게 바꿀까?
- 오늘 해야 할 일들이 있다. 하지만 다 끝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새벽까지 다 하고 자자(기존)
- 새벽 2~3시에 취침, 심할 때는 4시에 / 출근하기 1시간 전 기상, 주말에는 10시 이후에 기상(기존)
- 오늘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하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못한 일은 내일 하자.(개선)
* 늦게 자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날 하지 못한 일을' 끝내야 된다는 강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 그리고 못다 한 일을 끝내겠다고 새벽까지 무리하려는 행위는 별다른 결과를 갖고 오지 못하고 다음날만 더 피곤해진다
* 그리고 그날 하지 못한 일들은 내가 제대로 집중해서 일과를 보내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다. 즉,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도록 일과 시간에 최대의 집중을 내야 한다. 그래야 남은 하루가 풍요로워진다.
아, 그래서 잠은 오늘부터 몇 시에 잘 거냐고? 김유진 변호사님처럼 4시 30분 기상은 도전해볼 가치가 있지만, 나한테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10시 전에는 자야 하는데, 평소 나는 그 시간에 요가 수업을 들을 때도 있고, 지금 당장은 그렇게 일찍 자버리면 오히려 더 피곤할 수 있다. 나의 하루 일과를 생각해봤을 때 11시 30분에서 12시 30분 사이에 자는 게 좋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06시 30분으로 해서 여유 있게 독서와 운동을 하고 아침을 먹을 생각이다! 그렇게 매일매일 생산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다 보면 몇 달 뒤에는 훨씬 더 나아져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당분간은 이 수면시간을 유지하며, 조금씩 앞당겨서 06시 기상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 되게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기존보다 일찍 잔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큰 도전이니까. 그리고 일찍 자기 위해 하루를 더 열심히 살게 될 것이다.
게으른 본성을 역행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장치를 만들어두자. (주위 사람에게 선언하기, 아침 일찍 약속 잡기, 미국인 친구들과 만남 갖기 등) 목표를 달성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서 나를 더 부지런하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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