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굉장히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다. 남들 앞에 나서서 발표를 한다거나, 대화를 주도한다거나 하는 행위들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키가 작고 왜소해서 자신감이 늘 부족했고, 목소리 톤은 또래 남자들보다 높았다. '나는 왜 이리 말을 못할까?' 온갖 핑곗거리들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 부모님은 내성적이야', '우리 아빠는 말을 되게 못해' 등 괜히 가정환경을 탓하곤 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늘 목소리에 힘이 없고, 대화 자체를 잘 못하다 보니 엄청난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내 얘기를 하는 법을 몰라서, 매번 남의 얘기를 들어주기 바빴다. 그냥 살아 있는 채팅봇이었다.
"진짜 나도 말을 잘하고 싶다..."
스피치를 잘하는 방법을 유튜브나 구글에서 찾아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Action Faking 전문가답게 배운 것을 실천하지 않고 그냥 이런 정보들이 있구나 하고 넘겨버렸다. 그러다가 우연히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 스피치 강의를 발견하게 되었다. 수강생들도 많고 평점도 좋아 3개월 이용권을 구매했다. 초반 2~3주 동안은 퇴근 후에 1시간 이상 강의도 듣고 열심히 연습도 했던 것 같다. 호흡하는 방법, 끊어 읽는 방법 등을 배워 나갔다. 그러나 혼자서 스피치 공부를 하니 내 실력이 어떤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고,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흥미를 잃어가며 결국엔 강의를 안 듣게 되었다. 내가 그 스피치 강의를 통해 배운 것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스피치 관련 내용보다는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면 좋아진다는 자기계발적인 내용만 기억이 남는다. 아무튼 나의 게으른 본성은 정말 극복하기 어려웠다.
아, 그냥 몇백만 원 내고 대형 학원에 갈까? 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 온라인 플랫폼에 한석준 아나운서가 올린 스피치 강의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이 강의를 들어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돈만 날리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한석준 아나운서가 본인만 믿고 따라오라고 자신 있게 강의를 소개하는 모습을 보며 이분을 믿어보자는 마음을 갖고 강의를 구매했다. 이 강의를 수강하게 되면 한석준 아나운서가 직접 관리하는 스피치 카톡방에 들어갈 수 있다. 여기서는 주말을 제외하곤 매일 글이 올라오는데, 그 글을 직접 녹음해서 올리면 한석준 아나운서나 다른 스피치 고수분들이 피드백을 주신다. 나 같은 왕초보도 녹음을 올려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피치를 잘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처음 녹음을 올리기까지 몇 주는 걸렸다. 녹음을 올리면 비웃음을 당할 거라는 뇌의 오작동을 극복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정말...
처음에 내가 어떻게 읽었는지도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지만, 엉망 그 자체였다는 건 확실하다. 녹음본을 올리기 위해 1시간씩 연습하는 건 기본이었다. 한두 시간씩 녹음을 연습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최대 30분 정도만 연습하고 녹음본을 올리는 게 나았을 것 같다. 혼자서 아무리 열심히 녹음해 봐야, 어떤 것이 문제인지 모르면 제자리걸음만 하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녹음 연습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대신 복식호흡을 생활화려고 계속 의식하고 있고 틈나는 대로 글을 읽으면서 스피치 공부 시간을 틈틈이 만들고 있다. 무엇을 하든 꾸준히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아무튼 받침 발음이 약하다, 끊어 읽기를 신경 써라 등등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나는 점차 조금씩 나아졌고, 배운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니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극적으로 변화되진 않았지만 발음은 훨씬 더 좋아졌고, 복식호흡과 공명을 조금은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배워나가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게 되었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같이 성장하고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야말로 나를 성장시켜 줄 수 있다. 아, 참고로 나는 7월 말부터 스피치 녹음본을 매주 올렸다. 어떤 주에는 매일 올리기도 했지만, 대부분 한 주에 2~3번 정도 올렸었다. 하지만 일단 올리고 나면 피드백을 받기 때문에 스피치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스피치를 연습해가며, 톡방에 있는 스피치 수강생들과 함께 발전해나갈 것이다. :)
무엇보다도 이 강의를 통해 뇌의 오작동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뇌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이겨내고 도전할 용기가 있다. 처음엔 누구나 잘할 수 없다. 실천하는 사람만이 좀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습관도 꼭 잊지 말자. 감사하는 마음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준다. ㅎㅎㅎ
몇 달 뒤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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